우리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계약 등을 체결할 경우 관행적으로 교부되는 계약금에 대하여 해약금 추정의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과 다수의 견해는 계약금의 교부를 계약금계약으로 본다. 그러면서 주된 계약과는 독립적이면서 종된 계약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요물계약이라고 본다. 그러나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어디에서도 계약금계약이라던가 그것의 성립이나 효력 등의 개념을 찾아볼 수 없다. ‘계약금’이 ‘교부’되기만 하면 해약금으로 추정되고, 별도로 ‘계약금계약’의 체결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요물계약이나 낙성계약으로 해석해야 하는 당위성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해석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고찰이 필요하다. 우리민법과 같이 별도의 특약 없이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추정하는 경우는 서구 입법례나 그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계약금이 교부된 경우 선급금으로 해석하는 법제가 많았고 독립된 계약금계약 또는 요물계약으로 파악하지는 않았다. 우리민법이 일본민법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565조에 관한 해석론의 단초는 일본민법 제557조의 제정과정 및 현행 규정의 해석론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래의 관습에 근거하여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규정하기 시작하였다. 계약금에 관한 일본민법 제557조가 제정될 당시 일본의 학설과 판례는 이러한 해약금 추정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해약금 추정은 계약의 구속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고, 따라서 별도 특약이 없는 한 계약금의 교부를 해약금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해석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계약금의 교부를 대금의 선지급이라고 보는 태도가 비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계약금의 교부를 이행의 착수로 만들어 일본민법 제557조의 적용 여지가 없게 된다는 비판에 직면하였다. 결국 주된 계약인 매매계약과 계약금의 교부를 분리시켰다. 그리하여 계약금의 교부는 주된 계약과는 독립적이면서 종된 계약금계약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이를 요물계약으로 해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법 해석의 제 일보인 문리해석 원칙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최근 우리 대법원의 2008년 판결과 2015년 판결은 계약금의 교부에 관하여 기존의 태도와 모순되는 판결을 내렸다. 오히려 계약금을 선급금으로 해석함으로써 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 계약금의 처리문제를 간명하게 할 수 있고 거래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