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사원)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인격을 역(逆)으로 부인하고 법인(회사)에 주주(사원)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法人格 否認論의 逆適用), 엄밀하게는 그 중에서도 외부자의 법인격 부인론 역적용은 채무자가 현물 출자나 영업 양도, 회사 분할 등을 통해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법인(회사)를 이용하여 채무를 면탈하려는 시도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음에도, 그동안 그 중요성에 비해서는 실무적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최초로 외부자의 법인격 부인론 역적용을 정면으로 인정한 2021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시점에서 법인격 부인론의 인정 여부 및 그 성립 요건에 대해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형평에 맞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법인격 부인론의 적용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도 인정해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인정하는 주가 다수이다. 주류적인 학설도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긍정한다.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인정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가령 자본 조달 수단으로서 회사의 유용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비판 등에 대해서는 주로 기초 요건에 더해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인정하는 요건을 제한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주주의 구성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다른 주주가 채무자와의 친족관계 등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점을 고려한 사례가 다수 있다. 채권자의 구성은 이익형량의 한 요소로만 참작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라는 개념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법인격 부인론을 그 역적용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도, 결과적으로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인정한 최고재판소 판례 및 하급심 판례가 다수 있다. 법인격 부인론이 역(逆)으로 적용된다는 등 비교적 명시적으로 그 법리를 긍정하는 학설을 포함해 주류적인 학설도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법인격 부인론의 일반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읽히는데, 문제가 된 대부분의 사안은 1인 회사(실질적 1인 회사 포함)이거나 회사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주주로만 이루어진 경우여서, 그 논의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바꾸어 말하면, 이러한 경우에만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과 사해행위 취소권 및 부인권의 경합을 인정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다수설이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긍정했고, 판례도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 가능성을 시사하여 오다가, 최근 명시적으로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인정한 2021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위 판결은 법인격 부인론의 일반 요건 외에, 채무자와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할 것을 추가 요건으로 요구하였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주주는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 인정된다 해도 부당하게 불이익을 입는 제3자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위 판시에 찬동한다. 한편, 회사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요건을 정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 필요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관해 추가 요건을 요구하지 않은 점도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여, 본고는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인정하되, 그 성립을 위해서 기초 요건으로 법인격 형해화(회사 형식 무시의 누적) 또는 법인격 남용(지배의 요건과 목적의 요건)을 요구하고, 추가 요건으로 회사가 채무자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주주로만 구성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