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일본침몰』은 관동대지진으로부터 50년이 지난 1973년에 출판됐고 그 이후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다시 되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영상매체로 제작되는 소설 『일본침몰』을 통해서, 미디어믹스가 단순한 광고 효과를 노리는 영상매체가 아니라 무엇이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매체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원작소설을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고 해서 원작보다 하위의 작품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 「일본침몰2020」에서는 원작소설의 내용을 이어받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원작소설의 일부에 살아있었을 일본인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용을 확장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서 2006년의 영화나 2021년의 드라마에서는 일부 일본이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지식을 독점한 지도층에 의한 일본・일본인의 구원 이야기를 그렸다. 그 속에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사라지고 일본인이 난민이 될 수 있다는 미래는 보여주지 않는다. 어떻게든 일본은 위대한 일본인에 의해서 유지될 것이라는 막연하고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의식적으로 담으려 하지 않으면 현실의 세계를 보여주기 힘들지만 의식하고 만들어졌을 때 더욱 철저하게 현실을 담을 수 있다. 그에 반해서 영화나 드라마는 의식하지 않아도 현실을 보여주지만 보고 싶지 않은 어두운 현실을 충분히 가릴 수도 있다. 코로나시대, 관동대지진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2023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만들어진 2020년의 애니메이션 「일본침몰2020」과 2021년의 TV드라마 「일본침몰-희망의 사람」을 통해서 영상매체의 현실인식과 미디어믹스의 기능에 대해서 새로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