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루엘의 전설을 토대로 한 황금세기 희곡 『연인들: 비극 Los amantes: Tragedia』과 후기 낭만주의 희곡 『떼루엘의 연인들 Los amantes de Teruel』 두 작품이 어떻게 테루엘 연인의 전설을 각 시대의 가치관과 시대정신에 맞게 각색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 결과 황금세기 작품 『연인들』에서는 명예의 규범에 비추어볼 때, 세구라와 마르시야의 사랑이 자칫 가부장적 사회체제와 질서를 위협할 불안요소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 기독교 사회의 약자인 모리스꼬와 당시 가부장체제 내의 약자였던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지라르의 희생제의 (ritesacrificielle)의 선상에 놓고 볼 때, 모리스꼬의 추방으로 위협 받던 경제 악화와 불안 앞에서, 마르시야와 세구라의 죽음은 중세 순혈주의의 전통을 지키고자 했던 구기독교도들의 희생양이었고,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적 가치관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흔들리던 가부장적 사회질서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희생제의로 보아야 한다. 한편, 낭만주의 시기의 작품인 『떼루엘의 연인들』에서는 낭만주의 작가들의 가치관을 반영하여 떼루엘 연인의 전설을 황금세기 ‘명예극’에서 나오는 명예의 코드를 거부하는 전통적 가치관과의 단절로 해석해볼 수 있고 동시에 사랑의 변심으로 상처받은 영혼에 대한 속죄와 구원의 반영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