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 국민이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지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논란에 대해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을 전문가에게 미루는 것은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다수이다. 그리고 그런 견해는 정책 결정을 소수의 전문가에게 의존한다고 해서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한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정책 결정이 민주주의와 양립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리는 데는 전문가 신뢰가 전제되어 있다. 비전문가는 전문가의 권위를 인정하고 전문 영역에서의 전문 지식에 신뢰를 보내기에, 그것에 바탕을 둔 의사 결정은 신뢰성이 있고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논문은 팬데믹 상황에서 전문가를 향한 인식적 신뢰가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정당화되는지를 주제로 한다.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전문가는 신뢰를 받는가? 전문가에 대한 신뢰는 정말로 합리적인가?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의 불일치가 있을 때 어느 쪽을 신뢰해야 하는가? 전문가들끼리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비전문가들은 어떤 전문가를 신뢰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