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에밀 졸라Émile Zola의Les Rougon-Macquart : Histoire naturelle et sociale d’une famille sous le Second Empire(루공 마카르 총서)의 세 번째 작품 Le Ventre de Paris 에 표출된 저자의 사회학적인 담론을 해석하는 데 목적을 둔 연구이다. 19세기는 프랑스 문학을 비롯한 서양 문학과 예술에서 현대적인 창의성이 실험되고 구현되는 시대이다. 특히, 19 세기 후반기는 예술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학에서 현대를 개시하는 여러 문학가들이 출현하여 새로운 사회 환경에 상응하는 문학적 화두를 던지는 시기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문학이 인문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채택하기 시작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시간의 서양문학이 몽상과 이상의 공간을 향해 나아갔다면, 대혁명과 제2차 산업혁명을 겪으며 사회적 지형이 달라진 19세기 후반기의 서양문학은 현실세계에서 꿈틀대는 생활의 단면을 증언하고 검토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는 과학을 신봉하던 시대 분위기와 과학적 방법에 기댄 실증주의라는 사상적 경향이 문학에 영향을 미친 결과이기도 하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론과 현대 실험의학을 창시한 클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의 『실험의학서설』 (1865)에 영향을 받은 문학가들이 창작에 있어서도 ‘관찰하는 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실주의문학과 자연주의문학을 태동시킨다. 특히, 에밀 졸라는 베르나르의 실험의학에 경도되어 ‘실험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적 시도를 제안한다. 졸라의 실험소설은 문헌자료수집과 기록을 근간으로 하는 창작을 통해 문학을 사회적 담론이 논의되는 장(場)으로 만든다. 본고는 Le Ventre de Paris 작품에서 졸라의 이와 같은 문학적 실험이 구현된 양상을 추적하는데에 의의를 둔다. 현대 산업화가 진행되는 동안 현대적 건물로 재탄생한 파리의 중앙시장Les Halles centrales을 당대 사회상을 표상하는 실험도구로 삼아 세밀화를 그려나가는 졸라의 문학적 시도를 추적한다. 다시 말해서, 파리 시민들의 생명력을 지탱시켜주는 중앙시장을 통해 전통과 현대, 낡은 것과 새것, 풍요와 결핍 등 여러 양상의 이원성이 공존하는 세계를 세밀화로 그려내는 졸라의 문학실험을 검토한다. 낡은 시대와 결핍의 부류에 속하는 주인공 플로랑Florent이 상징하는 “마른 사람들les Maigres” 과 그에 대조되는 인물들 리자Lisa와 크뉘Quenu가 상징하는 “기름진 사람들les Gras” 간의 충돌적 양상을 해석함으로써 졸라의 시대가 잉태한 사회적 담론 ‘반-순응주의’와 ‘순응주의’의 대립을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