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장애인의 선거권 박탈의 근거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정신적 장애인에게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선천적인 문제로 인함이라는 것이다. 둘째, 정신적 장애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게 되면 공정한 선거를 위태롭게 하며 그들의 투표는 쉽게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후에 선거과정이나 선거 자체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 장애인의 선거권을 취소할 수 있지만, 선거권 자체를 사전에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
정신적 장애인의 ‘선천적인 문제’라는 주장의 근거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대다수 일반인의 입장에서 정신적 장애인은 선거의 성격과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장애인의 선거 참여는 결과적으로 선거결과 전체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상 무능하다고 추정되는 선거권자의 선거권을 박탈해도, 이성적이라 추정되는 선거권자가 종종 선거과정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비이성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투표행위를 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선거는 대표자 선출에만 그 의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동시에 정치적 표현행위이며 선거권자와 그 사회를 연결하여 주는 수단이며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공적 의식이다. 더욱이 선거결과의 질 문제와 선거의 공정성 문제는 정신적 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허미와 아펠바움(Hurme & Appelbaum)은 정신적 장애인이나 피후견인이 선거능력을 지녔는지를 평가하는 ‘선거능력 평가도구(CAT-V)’를 제안했다. 선거능력 평가도구는 선거권자에게 ‘선거의 성격’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한다. 또한 ‘선거의 효과’에 대한 선거권자의 이해도를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피시험자가 후보자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능력’을 평가한다.
그러나 선거능력 검증을 통한 선거자격 부여에 관한 입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과학적 검증이 아니라 정책결정인 것이다. 또한 선거능력 평가결과에 의거하여 선거자격을 배제하는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인지적 상태만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선거능력 평가도구 검사는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만 검사를 하게 된다.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와 관련하여, 공직선거법에 투표보조인 2인을 동반하도록 법적 강제를 할 것이 아니라, 투표보조인을 1인만 동반하게 하면서 투표보조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