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은 분양계약의 해제 국면에서 시행사가 무자력일 때 계약법이나 부당이득반환의 법리로는 해결되지 않았던 공백을 제3자 채권침해라는 불법행위 책임의 성립을 통하여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 사안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분양계약으로서 수분양자의 해약금 반환채권에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부동산 선분양사업에서 체결되는 분양계약의 비대칭성, 관계적 속성을 전제하고 이를 계약의 구체적 해석에 반영함으로써 분양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의 중요한 부분을 출연하였음에도 다른 사업주체들에 비하여 취약한 지위에 있는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보장방안을 강구하였다. 이와 같은 법리는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시행사가 무자력일 때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확고한 구제수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분양계약과 사업약정을 해석함에 있어 당사자의 의사를 중시하면서도 그 의사에 공백이 있거나 규범적인 보충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계약이 놓인 사회경제적 맥락과 공정성, 공공성과 같은 공동체적 가치를 기반으로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였다. 이는 특히 자금인출에 대한 시공사의 동의권의 법적 성격과 해약금의 집행순서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서 잘 드러난다. 대상판결은 구체적인 사실인정을 통해 계약체계 내에 계약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을 포섭하고, 당사자 간의 관계적 요소를 계약해석에 반영함으로써 계약을 추상적인 합의가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서 이해하였다. 이는 계약의 해석이 그 계약법이 적용되는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에 좌우된다는 사회학적인 관점을 투영한 법해석론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제3자 채권침해의 위법성 판단 기준과 관련하여 종래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한 기준을 일반법리로서 그대로 원용하였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선분양사업의 특수성, 당사자 간의 특수관계, 계약법, 부당이득 및 불법행위법 등 어느 관점에서 보더라도 타당하다고 여겨지나, 결론을 이끌어내는 토대인 법리 설시가 위와 같이 일반론적인 수준에 그친 것에는 아쉬움이 있다. 대상판결 사안은 채권실현을 방해하는 채권침해 유형에 해당하지만 이제까지 대법원이 판단해 온 통상적인 채권침해의 유형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채무자와의 공모가 없는 제3자의 독자적인 불법행위였다는 점,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태양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렇다고 하여 대상판결이 일반적으로 제3자 채권침해의 위법성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 위에 서 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 대상판결 사안은 권리침해가 아닌 위법성을 요건으로 하는 우리 민법 제750조가 채권침해 판단에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서, 독일과 일본 민법의 해석론이나 상관관계설에서는 부각되지 못하는 책임요소들이 다각적으로 드러난다. 본고에서는 Koziol의 동적체계론에서 제시한 책임요소들과 이 사건 분양계약의 관계적 속성을 채권침해의 위법성 판단을 위한 추가적 표지들로 적용해 보았다. 특히 대상판결 사안에서는 시공사와 분양계약 당사자 간의 특수관계에 기한 근접성과 시공사의 우월적 지위가 채권침해의 위법성 인정에 충분할 만큼 강한 책임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채권실현을 방해하는 채권침해는 실제 현실에서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기에 관념적인 행위태양만을 기준으로 그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당사자 간 관계, 행위 자체의 성질, 침해된 이익의 성질과 비중, 행위자의 의사나 인식, 피해의 범위, 사회정책적 관점 등 다각적인 책임요소들을 탄력적이고 동태적으로 고려하면서 보다 실질적인 위법성 판단에 나아간다면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외연이 명확해지고 그 근거 또한 보다 설득력 있고 풍부하게 논증될 수 있을 것이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제3자 채권침해의 위법성 판단을 위한 정교한 기준들이 발전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The conclusion of the subject case is justifiable in that it resolved what remained unsolved by the existing legal doctrine of contract law and unjust enrichment through the establishment of tort liability of a third party in a case where the contractor became insolvent in the stage of rescission of an apartment pre-sale agreement.
However, the weakness of this decision is that it just repeated conventional reasoning as the basis of its conclusion. The subject case displays a clear difference compared to general third party infringement cases in that there was neither collusion between the third party and debtor, neither conduct violating social norms. Still, it seems hasty to presume that the subject case generally broadened the scope of tort by third party infringement. Rather, this case indicates that Article 750 of the Korean Civil Act – which requires ‘wrongfulness’ instead of ‘infringement of rights’ for the establishment of tort, can be applied flexibly in determination of third party infringement cases.
In this article, I suggested factors deriving from Koziol’s flexible system theory and relational contract theory as additional criteria for determining the wrongfulness of third party’s infringement. Especially in the subject case, the proximity between the parties and the defendant’s superior status operates as strong responsibility factors. In reality, infringement by a third party occurs in numerous ways, thus it is necessary to consider diverse factors such a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parties, the characteristic and importance of violated interests, the awareness of the actor, the scope of damage and socio-economic perspective. By elastic and dynamic examination of those factors, the scope and grounds of tort by third party infringement will be more transparent and persuas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