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중국소설 〈북송지전〉과 그 국문 번역본 〈북송연의〉의 군담이 한국 고전소설의 군담과 지니는 상관관계를, 구체적인 비교 검토를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하였다.
2장에서는〈북송지전〉·〈북송연의〉의 국내 유입과 유통 관련 기록을 재검토하여 당대 조선의 식자층 사이에서 이 작품이 널리 알려졌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더불어 선행 연구에서 제기되었던 〈소현성록〉 창작과의 연관성을 재확인하고 보충하였다.
3장에서는 〈북송연의〉와 한국 고전소설 군담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교 검토하였다. 그 결과 외적에 대한 적개심과 호국의식에 바탕하는 화이구분 및 이민족 적대자와의 대결을 형상화하는 점, 그리고 군사적 대결의 유형과 전개 방식 중 도술전을 중심으로 한 제반 요소들에서 〈북송연의〉가 한국소설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장편소설 〈성현공숙렬기〉·〈임씨삼대록〉 연작과의 비교를 통해 고전소설 속 여성영웅의 형성 문제에 관한 새로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국 고전소설 군담의 〈북송연의〉 수용이 단순한 차용에 그친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확인하였다. 주인공-적대자의 대립 구도에서는 둘 모두 화이의 구분을 전제하면서도, 이민족에 대한 태도의 배타성에서 편차가 있었다. 군사적 대결의 전개 방식에서는 주인공의 능력 수준에 따라서 대결의 서술 양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여성영웅의 형상에서는 〈북송연의〉가 좀 더 파격적인 반면, 한국 고전소설은 인물의 개별 형상과 여성의 삶을 보다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별점의 바탕에는 화이론을 수용하는 역사적 맥락의 차이, 작중 내 군담의 서사적 기능과 활용 방식의 차이, 여성의 자의식에 대한 관심사의 문제 등이 자리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최근까지도 한국 고전소설의 군담 형성에 영향을 끼친 중국 서사문학으로 〈삼국지연의〉와 〈설인귀전〉 등의 몇몇 작품이 한정적으로 거론되어 왔다. 이제는 연구 범주를 확장하여 〈북송연의〉를 포함한 여러 중국서사문학을 함께 다루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 영향관계가 일방적인 중국소설의 수용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국 고전소설의 독자적인 변용과 발전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