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면제규칙은 절대적 면제규칙에서 상대적 면제규칙으로 축소되었지만, 아직도 국가간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국가가 인권의 중대한 침해 같은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의 경우에 국가면제규칙이 점진적으로 약화된다는 것은 아직도 실정법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며, 단지 이탈리아 판결에 의해서만 인정되었다. 이탈리아의 이러한 판결은 2012년 Ferrini사건에 관한 ICJ판결에 의해 지지를 받지 못하였고, 이탈리아는 패소하였다. ICJ는 현 상태의 국제관습법하에서 인권의 중대한 침해로 인하여 국가는 국가면제를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하였다. ICJ판결이후 이탈리아 법원들은 Ferrini사건에 대한 이탈리아 판결이 예외적이었으며 ICJ판결에 의해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고 선언하면서 ICJ판결에 따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대법원도 2004년 자신이 Ferrini판결에서 채택한 입장과는 반대로, ICJ판결 이후에 2012년 ICJ판결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위하여 이탈리아 헙법과의 합헌성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였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독일에 대한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국제관습법과 ICJ판결에 따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피해자들은 ICJ판결의 이행이 이탈리아 헌법에 부합되는가의 소를 이탈리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였으며, 이에 대해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22일 결정(judgment) No.238에 의해 ICJ판결과 이탈리아 헌법간의 불일치를 결정하고, 국가의 관할권면제에 관한 국제관습규칙에 대하여 이탈리아측의 위반을 확인한 ICJ판결을 이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확인하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2015년부터 이탈리아 법원에서 다양한 법적 소송이 다시 시작되었다. 일부 판결은 독일이 이탈리아 피해자에게 보상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2020년 판결에 의해, 헌법재판소의 2014년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이유로 독일에 대한 국가면제를 부인하였다. 이러한 결정에서 이탈리아 대법원은 입장을 바꾸었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래서 이탈리아 하급법원 및 대법원은 2012년 ICJ판결을 명백히 위반하는 입장을 나타내었다.
이탈리아는 서부유럽의 선진국으로서 국제법의 발전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이며, 이탈리아 법관 및 법학자들도 국제법에 대하여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중에 발생한 인권의 중대한 침해를 이유로 독일에 대한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ICJ판결의 이행을 거부하였으며, 이탈리아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을 결정한 이탈리아 법관 및 법학자들의 법적 논리를 이 논문에서 밝혀보고자 하였다. 이 논문의 제2장에서 Ferrini사건의 역사적 배경과 이탈리아 법원에서의 소송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제3장에서 Ferrini사건에 대한 ICJ판결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법적 논리를 분석하였다. 제4장에서 201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후 이탈리아 법원의 최근 판결 경향을 분석하였으며, 제5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소송에서 이탈리아에서 전개된 상황과 유사하게 법적 소송이 전개되고 있는 한국내 법원 판결들의 법적 논리를 살펴본다.
결론적으로 독일과 일본의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현재의 국제법체제하에서 국가면제규칙이 적용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규칙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 국가의 법원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승소판결을 내리고 손해배상에 관한 강제집행절차를 이행하게 되면 상대국과 외교적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