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시기에는 기존의 자서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서구와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편찬 방식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형태의 자전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한국한자음에 대한 표기와 낱글자에 대한 뜻풀이를 기본적인 형식으로 하지만 이 중 많은 자전이 중국어음을 병기하고 있었다. 따라서 근대 자전은 당시 중한사전이 부재한 상황에서 불완전하나마 중국어사전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한일선만신자전(漢日鮮滿新字典)』(1937)은 관립한성한어학교(官立漢城漢語學校) 교사를 역임한 이명칠(李命七)이 편찬하고, 한글학자이자 중국어학자인 문세영(文世榮) 감수를 맡은 자전으로, 관화음, 동북방언음과 해당 글자의 중국어 안의 용례를 실었을 뿐만 아니라, 성모, 운모 발음에 대한 자세한 기술까지 담은 ‘중국어 사전’ 으로써의 면모가 극대화된 자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자전에 나타난 관화음은 ‘容’, ‘榮’이 영성모로, ‘兄’, ‘榮’, ‘永’의 운모가 ‘ᅟᆔᆼ’, ‘波’, ‘破’, ‘末’의 운모는 ‘ㅓ’ 로 표기되었으며, 여러 성조 이독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또한, 만주음, 즉 동북방언음은 見組 및 曉匣母가 구개음화되어있지 않으며, 日母를 영성모로 읽고, ʂʅ 음절의 운모를 i로 읽고, ‘知’, ‘直’, ‘之’를 tsi와 같이 읽는 특징이 나타났다.
근대 자전은 20세기 초 우리나라 한자음과 한자 어휘 뿐만 아니라 중국어음까지도 기록하고 있는, 한국어와 중국어학사를 밝히는 가교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본 연구는 『한일선만신자전』의 체제와 중국어음을 고찰하여 그 연구 가치를 드러내고, 중국어 사전으로써의 근대 자전의 역할을 재조명함으로, 근대 자전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였다는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