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공동체주의 논쟁은 정치철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논쟁은 롤스가 사회성 명제를 일부 수용하면서 매듭지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공동체주의자들이 주장한 내용, 즉 ‘무연고적 자아’를 폐기하고 ‘연고적 자아’를 우리 자아의 정체성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옳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아’ 논쟁에 있어서 특히 샌델의 형이상학적 엄밀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 두 가지 자아는 대립적인 관계에 머물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샌델이 주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치적 주체인 ‘자아’의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해서 고찰한다. 샌델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연고적 자아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대상으로서의 나’와 대상을 파악하는 ‘주체로서의 나’를 동일시하는 것으로서 경험적인 자아와 초월적인 자아를 성급히 동일화시키는 것, 즉 객체와 주체를 동일화시키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무연고적 자아는 연고적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가능 근거이다. 데카르트의 코기토에서 ‘생각하는 나’가 존재하기 위한 가능 근거가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는 초월적 자아인 것처럼, 연고적 자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와 세계를 대상으로서 발견하는 초월적인 무연고적 자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연고적 자아와 연고적 자아는 통일로 나아간다. 대상이 대상이면서 자아라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자아는 대상을 파괴하지만 이러한 부정의 행위는 결국 부정되는 대상의 자립만이 나의 존재를 확증할 수 있다는 사태에 직면한다. 따라서 무연고적 자아는 결국 연고적 자아의 자립을 인정하며 연고적 자아와 무연고적 자아는 상호인정의 관계에 들어서고 두 가지 자아는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무연고적이며 연고적인 자아, 즉 초월적이면서도 동시에 어떤 기획과 입장들에 이미 몸담은 자아, 곧 통일적 자아로서 파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도덕적, 정치적 경험의 측면들을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