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문재인정부가 시민사회의 평화담론을 어떻게 수용했으며 기존의 통일담론에 내재해있는 군사안보담론들과 어떻게 긴장하고 결합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문재인정부의 ‘평화·통일 담론’의 성격과 한계를 성찰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통일담론은 민족주의에 기반을 두고 정부가 주도권을 발휘해온 특수담론인 반면에 평화담론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보편적 담론이며 시민사회가 주도해왔다. 본 글에서는 시민사회의 담론이 정부의 통일담론에 큰 영향을 준 계기로 1987년 민주화운동에 주목하고 이 시기에 시민운동의 평화담론이 어떻게 정부의 통일담론으로 수용되었는지를 먼저 설명한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통일 담론’은 무엇보다도 평화담론을 통일담론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정부의 담론으로 발전시켰다. 예컨대 인간안보와 생명공동체 등의 개념을 적극 수용했으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이루어내고자 했다.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남북 정상 간에 구체적인 평화와 번영의 정책들을 담아냈고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이루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실현되지 못하고 담론의 수준에 머무르는 한계를 노정했다. 한반도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문재인정부의 인식 간에는 괴리가 있었고 그 괴리가 좁혀질 수 있는 외교역량을 발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의 ‘평화·통일담론’은 평화의 개념과 위상을 한반도 정책의 주요한 좌표로 설정하는 데 기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