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동안 이성적, 합리적 분석틀로 조명하지 못했던 5·18의 공감과 감정영역에 주목하고자 했다. 5·18을 공감-감정론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것은 일체의 집단행위를 비합리성의 표출이자 이성과 합리성이 붕괴된 결과로 이해해온 기존 합리론 중심의 사회과학적 해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 연구는 공감-감정론의 특성을 크게 네 가지 차원으로 제시했다. 첫째, 사회적 상호작용에 기초한 공감과 감정의 해석, 둘째, 행위능력의 원천으로서의 감정의 역할, 셋째, 공감이론을 기반으로 한 생활세계의 개념적 확장, 넷째, 축적․재생산되는 장기적 관점의 사회적 공감대가 그것이다. 공감장 개념을 활용하여 5·18을 조명하려고 한 이유는 개인적 차원의 경험과 타자와 공동체와의 공감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감정의 동학을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특히 공감장 개념을 통해 5·18이 어떻게 열흘간의 항쟁 기간 동안 광주 전역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추동했고, 나아가 한국 사회 민주화 투쟁의 중심에서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