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조선 후기 여성 협객 인물이 남성들을 주 향유층으로 하는 문학과 회화에서 각각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살펴보며, 그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해 짚어본 것이다. 여협(女俠)에 대한 동경은 조선 후기 남성들 사이에서의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었다. 안석경의 〈검녀〉나 임매의 〈여협〉과 같은 한문 단편 뿐 아니라 〈구운몽〉과 같은 소설 속에서도 여협적 기질을 지닌 주인공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비슷한 시기에 이러한 여협 인물은 윤두서, 이재관, 김홍도, 백은배 등에 의해 회화로도 그려졌다.
그러나 문학과 회화에서의 여협은 형상화 방식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여협 문학은 여성의 남장, 복수, 검술의 연마과정 등이 문법화되어 드러나며 협행을 실천하는 여성의 몸을 시간 속에서 기록하지만 회화는 그러한 서사적 문법이 삭제된 채 공중에 사뿐히 날아오르는 여성의 미학적인 몸을 환상적으로 포착한다. 이는 여협 문학이 당대 실제 여성 협객들이 활동한 사건과 공명하며 이념적 명분과 개연성을 충분히 획득하는 방향으로 직조되는 반면 여협 회화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환상적인 방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가 하면 문학과 회화 모두 여성 협객의 존재와 협행을 남성들의 응시를 통해 그려낸다는 점에서는 공통되며, 또한 두 매체 모두 ‘도검’을 주 무기로 활용하는 여성들을 등장시킨다는 특징을 공유한다. 이러한 사실은 ‘도검’이 그 주인의 진가를 알아보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져 당대 문인 남성들에게 특별히 애호되었다는 점과 연관된다. 특히 문학 작품 속의 주인공 여협들은 주변적 인물인 남성들과 서로 존재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인정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본고의 작업은 크게는 조선 후기 문학과 회화의 상호매체적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여협 문학과 여협 회화의 관계성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여협 예술’을 향유하던 남성들이 지닌 다양한 욕망들-여성들에 대한 이중적 시선과 인정욕망까지-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