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제도로서 국어교육이 시작된 것은 1895년부터이지만 하나의 분과학문으로서의 국어교육학의 정체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 논의는 주로 독자적인 연구 영역을 국어교육학의 본령(本領)으로 간주하여 연구 영역의 구성과 그 구성의 관점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나 암묵적인 절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어교육이 인간의 향상과 사회의 유지와 발전의 본질적 요소의 하나임을 입증하는 데에서 정체성을 구축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국어교육학의 연구 대상이 다른 분과학문들의 연구대상이기도 한 점에서 국어교육학은 기본적으로 학제적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국어교육이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로 획득한 언어 자질을 계발하고 인간의 사회·문화적 진화로 형성한 여러 층위의 소통체계에 적응하고 나아가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기르므로 국어교육학은 인문학·사회과학과 같은 성격의 학문에 속한다. 아울러 기능적·사회적·문화적 국어활동에서 정보들을 회통(會通)하고 창조해내는 능력을 기른다는 점에서 국어교육은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기초교육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이를 바탕으로 국어교육학은 학문 세계에서의 기초학문의 성격을 갖는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향후 융합의 관점에서 학문 체제가 개편되고, 아울러 대학의 연구·교육 조직이 재편된다고 할 때 국어교육학은 다른 분과학문이나 융합학문과 생산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