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는 중국과의 교류, 일제에 의한 이주, 중국에서의 독립운동으로 인한 필요 등에 의해 중국어 학습서가 편찬되었다. 본고는 ≪속수한어자통(速修漢語自通)≫, ≪지나어집성(支那語集成)≫, ≪화어정선(華語精選)≫에 실린 음절표인 〈평측편(平仄編)〉의 명칭, 체제, 내용이 일본의 중국어 학습서와 매우 유사함을 발견하고, 이것이 일본의 어느 중국어 학습서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그 근거를 탐색하고, 여기 출현하는 현대 표준 중국어의 성모, 운모, 성조와 상이한 글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20세기 초 북경관화의 음운 특징을 밝혀내고자 하였다. 그 결과, ≪속수한어자통≫의 〈지나사성음평측편(支那四聲音平仄編)〉은 토마스 웨이드의 ≪어언자이집(語言自邇集)≫初版의 〈연습연산평측편(練習燕山平仄編)〉을 그대로 모방한 ≪아세아언어집(亞細亞言語集)≫初版의 〈평측편〉에 근거한 것이고, ≪지나어집성≫와 ≪화어정선≫의 〈관화평측편(官話平仄編)〉은 제목, 배열 순서의 면에서 1903年版 ≪화어규보(華語跬步)≫〈관화평측편〉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이 ≪화어규보≫는 ≪어언자이집≫ 제2판을 저본(底本)으로 한 ≪증정아세아언어집(增訂亞細亞言語集)≫을 바탕으로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20세기 초 북경관화를 반영하고 있는 ≪속수한어자통≫〈지나사성음평측편〉에서는 현대 표준 중국어와 성모, 운모, 성조가 상이한 다양한 이독이 출현하였다.
본 연구는 종전에 연구되지 않은 일제강점기 중국어 학습서와 일본의 중국어 학습서에 대한 영향을 최초로 고찰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이는 향후 더 많은 일본의 중국어 학습서를 통해 일제강점기 중국어 학습서의 체제와 내용에 있어서의 영향 관계를 좀 더 심층적으로 밝혀내는데 일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