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의무제도는 보험계약의 선의계약성에 근거한 제도로, 그 구체적 내용은 각국의 거래실정과 입법정책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여 왔다. 이는 보험계약의 선의성에 따라 도덕적 위험을 방지하여 보험단체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보험계약자를 보호할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각국에서 고지의무제도에 대한 입법적 노력이 계속되는 중에도 고지의무를 둘러싼 다툼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본고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 학계에서 빈번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실무상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주제 가운데 두 가지를 선별하여 검토하였다. 이에 관하여 최근 주목할만한 판결이 나온 것이 주제로 삼은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고지의무 위반과 발생한 보험사고 간의 인과관계 문제는 상법 제655조 개정을 통하여 보험금지급책임과 계약해지의 가부에 대하여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과연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것인지에 대한 다툼은 거의 모든 고지의무위반 사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하여는 1992년 대법원 92다28259판결이 매우 중요한 사례로 인정되어 왔으나 최근 인과관계를 매우 좁게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진 점에 주목하였다. 이와 함께 인과관계 요건을 요구하지 아니하는 세계적인 입법추세를 우리나라도 반영하는 문제를 언급하였다.
한편 계약전발병부담보 문제는 보험자의 상품구성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2017년에 이를 고지의무제도의 잠탈이라는 조정결정을 한 이유를 살펴보면 그 논거가 독일 판례와 유사하다. 그러나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이 제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으며 다만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표준약관에서 계약전발병부담보조항을 아예 삭제하였으나, 대법원은 이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두 차례 내린 바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나 일부 해석론과 분명히 다른 입장이다. 이 점으로 볼 때. 표준약관에서 이 조항을 되살리되 다만 약관내용을 평이하게 하고 부담보를 주장할 수 있는 기한을 단축하며,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고지의무제도는 위에서 다룬 것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본고는 그동안 학계가 자주 다루지 않은 문제 가운데 일부를 검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