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문학지리학적 관점에서 신소설 〈귀의성(鬼의聲)〉과 〈소양정(昭陽亭)〉에 나타난 ‘춘천’의 형상과 의미를 고찰하는 것이다. 두 소설에는 춘천이 문학적 공간으로서 비중 있게 그려진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작품들에 나타나는 춘천이라는 공간에 주목한 논의가 없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두 작품 속 소설적 공간으로서의 춘천이 실제 지리적 공간과 어떤 관계 양상을 보여주는지를 고찰해 보았다.
춘천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으로는 강과 호수가 관통하여 흐르고 있는 도시이다. 북한강, 소양강, 공지천 등이 합류하는 하류 지점에는 침식분지가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 강의 수평적인 움직임과 산의 수직적인 경계가 공간을 분할함으로써 복합적인 공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춘천의 이러한 복합적인 지리적 특성은 〈귀의성〉과 〈소양정〉에 문학적 공간으로 형상화된 ‘춘천’과도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귀의성〉과 〈소양정〉은 춘천이라는 공간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춘천에 대해 서로 다른 이미지를 부여하는 작품이다. 따라서 두 작품을 같이 볼 때 춘천이라는 공간이 지니는 문학적인 의미가 더 잘 드러난다.
소설 속에서 춘천은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를 함께 지니고 있고, 상경과 회귀의 경유지이자 기착지, 출발점이자 도착점으로서 성격이 중첩되어 있는 곳으로서의 공간적 정체성을 갖는다. 또한 춘천은 전근대적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질서와 이데올로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지만 근대적 관점에서 보면 하강의 깊이를 획득한, 존재론적 성찰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