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인정에 있어서 구체적 합리성을 도모하는 자유심증주의 또는 증거평가 자유원칙은 분명 형사재판의 대원칙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논리와 경험칙이라는 내재적 한계 또한 존재하며 사실관계의 인정도 결국 판단자의 가치관, 신념, 경험 등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서 규범적 평가에 따른 사실심의 오류가 지적될 수 있다. 인간세계에서 빈발하고 사회적 해악과 파급력도 큰 성폭력 범죄라고 하여 유독 다른 사건과 비교하여 증거평가가 달라질 이유는 없겠으나, 우리 사회에 여전히 성별 권력관계가 존재한다는 현실론과 범죄의 일반적 특성 및 유일한 직접증거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큰 피해자 진술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신빙성 판단에는 성인지 감수성에 기초한 사실심 판단자의 합리적 논증이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 사건에서 판단자는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그릇된 강간 통념이나 피해자다움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가볍게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대법원의 견해를 규범적 판단기준으로 삼아 적극 수용하여야 한다. 비록 의미와 구체성이 다소 모호할 지라도 성인지 감수성의 법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요구된다. 이는 수사기관 및 소추기관에서도 타당하다.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를 탈피하고 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기 위하여는 성폭력 무고 사건에서도 역시 성인지 감수성의 법리를 적용하여 성폭력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평균적 관점’에서 그가 처한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혐의와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일단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그 피해자가 허위로 성폭력 가해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는지 여부, 성폭행 피해 고소사실이나 피해경위 등 진술에 있어서 경험칙에 반하는 비합리성이 분명한지 여부, 피해자가 실제 그 상황을 경험하지 아니하였으면 알 수 없는 사정을 진술하는지 여부 및 가해자(고소인) 진술에 비일관성, 모순이 존재하는지 여부 및 고소의 경위 및 의도가 무엇인지가 검토되어야 한다. 더불어 피해자다움 또는 진짜 피해자에 부합하는 태도나 행위가 무엇인가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지는 말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에 의한 전문지식으로 사실인정을 보완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