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에서 ‘관련성’이라는 단어만큼 불분명한 단어가 또 있을까. 형사소송법은 2011. 7. 18. 검사의 압수수색검증에 관한 제215조를 개정하면서 ‘관련성’이라는 요건을 추가하였다.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었던 구 제215조 제1항을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개정한 것이다. 개정 취지는 ‘관련성’ 없는 증거의 압수수색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피의자 등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2021. 11. 18. 전원합의체 판결(2016도348) 이후 전자정보 압수수색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객관적 관련성’이란 ‘압수수색의 영장에 기재되어 있는 혐의사실 자체 혹은 그와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의 시간 및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 가능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그 관련성은 압수수색의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내용과 수사 대상, 그리고 수사 경위 등을 종합하여, 혐의사실과 단순하게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라면서,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별개의 수죄 사이까지 그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 압수의 동기가 된 혐의사실에 대한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까지 포함하고 그 증거들을 압수의 동기가 되지 아니한 각 해당 범죄사실에 대하여 직접증거로 사용함으로써 사실상 영장주의를 잠탈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에는 일관성도 없다. 대법원은 무엇을 착각하고 있을까.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포함하여,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객관적) ‘관련성’ 요건에 대한 최근 대법원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