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월회는 제2회 공연을 통해 관객의 호응과 상업적 흥행 가능성을 확인했다. 신극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공연 문화 확립을 위해 조선에서의 공연을 감행했을 때만 해도 토월회의 관심은 신극적 이상의 실현과 그 전파였다. 이때의 관객은 능동적인 주체라기보다는 수동적인 관람 대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제2회 공연에서의 성공 압박과 그 실현을 통해 관객의 취향을 반영하고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공연을 지향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연극적 완성도와 함께 대중의 취향을 동시에 겨냥하는 레퍼토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기존의 〈카추샤〉와 〈알크 하이델베르크〉를 잇는 대작(장막) 연극 레퍼토리도 크게 요구되었다. 그 결과 제5회 정기공연에서 토월회는 톨스토이 원작을 축약 번역한 〈산송장〉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 공연은 눈물의 감상성, 음악의 경쾌함, 사랑에 의한 자기 희생 등으로 일반 관객이 집중할 수 있는 취향을 지니면서도, 톨스토이의 원작의 품위를 고수할 수 있는 양자적 선택이었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