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등장 이후 블록체인기술 및 이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자산과 관련하여서는 전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 논의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중 금융규제 분야는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데, 이는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이 지급수단, 자금조달 및 투자,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제공 등의 목적으로 널리 이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 중 가상자산의 자금조달 및 투자 기능과 관련하여, Telegram 사안에 대한 미국 연방 하급심 법원의 판단에 기초하여 SAFT 거래구조에 대한 미국 연방증권법상 쟁점에 초점을 맞춰 상세히 검토하고 있다.
SAFT 거래구조는 SAFT 백서를 통해 제안된 ICO 거래구조로 당시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미국 연방증권법상 법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한 거래구조로 크게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SEC는 이에 대하여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였는데, 미국 연방 하급심 법원은 SEC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SAFT 거래구조를 취하는 경우에도 토큰에 대한 권리, 토큰의 인도 및 토큰의 전매는 모두 일괄하여 하나의 투자계약 스킴을 구성하고, 나아가 사모면제 요건을 충족하지도 아니하여 미국 연방증권법상 증권등록의무 등의 준수가 요구된다고 판단하였다.
SAFT 거래구조에 대한 판단 시 SEC 및 미국 연방 하급심 법원은 해당 거래가 미국 연방증권법상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판단 기준으로는 미국 연방법원에서 오랜 기간 발전시켜 온 법리인 이른바 ‘Howey Test’를 적용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 연방법원이 Howey Test를 적용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으로 살펴본 것은 SAFT 거래구조의 형식이나 계약서의 진술보장 및 면책 조항 등의 내용이 아니라, 해당 거래구조의 경제적 실질 및 기능이었다는 점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금융규제당국은 2017년 이래 ICO를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 오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이 미국의 투자계약 개념을 원용하여 투자계약증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ICO를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하여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규정의 적용 가능 여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이른바 ‘조각투자’와 관련한 사례에서 최초로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어 놓는 한편, 증권형 토큰의 판단 기준에 대한 검토 작업에도 돌입하였다는 언론기사도 보도되고 있는 만큼, ICO의 투자계약증권 해당 여부에 대한 논의도 향후에는 더욱 활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글이 이러한 논의에 작으나마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