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이청준의 소설을 ‘정동(affect)’ 이론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작가의 고유한 창작 원리를 ‘정동의 글쓰기’로 규명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주된 분석 대상은 작가가 1980년대에 발표한 소설들이다. 1980년대 발표된 이청준의 작품들은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에 균열을 가하는 ‘질문’을 바탕으로, 이전 시기와는 분명히 다른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초기 소설에 등장하는 주체가 주로 외부로부터 일방적인 질문을 받는 위치였다면, 1980년대 작품 속 인물들은 질문을 ‘받는’ 주체에서 질문을 ‘던지는’ 주체로 옮겨가고 있는 까닭이다. 이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작중 인물들만이 아니라 독자와의 연대를 가능하도록 이끄는 동력이 된다. 이에 본 논문은 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 분석의 차원을 넘어서서, 작가의 창작 행위로부터 독자의 독서 행위에 이르는 전반의 과정을 정동의 관점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청준의 1980년대 문학이 갖는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