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만스탈과 릴케의 언어회의(Sprachskepsis)는 사물성찰과도 연결되는데, 이들의 사물관은 근대극복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이들에게서 사물은 인간에 의해 전유되거나 대상화되지 않는 독립적 존재이다. 특히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사물과의 합일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를 내려놓고 사물의 내면으로 들어가 단일한 존재가 되는 합일은 근대의 인간중심적 위계적 주객관계의 해체를 기반으로 하여 사물과의 새로운 관계맺음을 구현해 보인다. 그런데 호프만스탈의 경우 더 이상 지배자나 해석자로 군림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이 강조되면서 사물과의 합일은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는 있지만 언어적으로 재현은 할 수 없는 일종의 신비나 마법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달리 릴케에게서 사물과의 합일은 사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릴케는 스스로를 사물의 것으로 변화시키고, 사물의 주도를 주도하며, 최종적으로 사물시라는 새로운 문학적 결실을 성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