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에 관한 논의는 국제적으로는 이미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오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온라인상의 혐오표현 문제를 계기로 새롭게 논의하여 왔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혐오표현이 어떠한 방식으로 규범화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실적인지에 관한 것이다. 각국의 혐오표현에 대한 규범적 정의에 있어서 독일, 캐나다, 프랑스, 영국, 미국은 각각 차이가 있고, 일본도 독자적인 방식으로 점차 혐오표현을 규율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 방식으로 혐오표현을 규율하여야 하는가? 「형법」상 사실 및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의 내용규제에 해당하는 혐오표현을 「형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위축이 크게 우려된다. 한편, 우리나라가 최근 2021년 12월 30일에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 공동으로 「인권정책 기본법안」을 제출하였지만, 영국 또는 캐나다와 같이 인권 기본법상에 혐오표현 관련 조항을 둘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방안은 선뜻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한 연구 결과에서 플랫폼의 자율규제 방식을 통해서도 80% 정도의 혐오표현이 감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하는 것처럼 가급적 내용 규제를 피하고, 대신 플랫폼 이용자들이 자기 정보를 가지고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용이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형식적 규제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차별금지법 성격의 개별 법률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의 혐오표현 규제를 두는 것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물론이고, 「근로기준법」 및 「교육기본법」에서 다양한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조항들로 혐오표현이 충분히 규제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특히 국제인권규범이나 세계 각 국의 혐오표현 또는 차별금지 조항의 수준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표현 제한 관련 조항이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현행 차별금지법상의 괴롭힘 관련 조항에서 혐오표현을 포함시켜 규율하는 개정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차별금지법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외하고는 근로와 교육의 범위 정도에서 차별금지 범위를 설정하고 있는데, 재화 및 용역의 공급이나 법령 또는 정책 집행 분야 등에서도 차별금지가 적용되도록 범위의 확장을 지향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혐오표현의 개념은 모호하거나 합의가 부족한 채로 입법될 경우에 오히려 합법적인 표현들까지 그 규제 범위에 포함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 연구에서는 우리나라가 소위 ‘자유권 규약’인「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을 비준한 점, 2011년의 「의사·표현의 자유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2019년 UN 총회의 「의견과 표현의 자유권 증진 및 보호(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보고서 등을 근거로 우선적인 혐오표현 규제의 대상은 ‘민족, 인종, 종교’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또한 혐오표현의 내용에 관한 요건으로는 ‘모욕, 비방, 혐오’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표현의 효과에 관해 규율하는 다양한 방식 중에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20조 제2항이 “차별, 적의, 또는 폭의 선동이 될”이라는 효과 발생을 명시하고 있음을 근거로 해악의 정도에 대한 판단은 엄격한 기준(strict tests)으로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민족, 인종, 종교를 대상으로 하는 단순한 모욕·비하 발언이 있었다고 해서 혐오표현으로 규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의미에서의 해악인 차별, 적의, 폭력의 선동의 효과발생이 인정될 때에만 규제되는 혐오표현에 해당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효과는 실질적 위험이 있는 정도, 즉 도발적 언사(fighting words)에 해당하는 수준일 때 규제되도록 엄격히 판단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의 위축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규제되는 혐오표현의 예외는 공론에 기여할 목적으로 하는 표현, 정치적 표현, 학문적·예술적·과학적 목적의 발언 등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