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국민국가로 성립한 일본은 서구의 도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국가신도라는 독특한 사회체제를 출범시켰다. 국가신도체제는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에 근거하여 전통적 신도를 신사신도와 교파신도로 분화시켰다. 신사신도는 공적 영역에 배치되어 국민 만들기 프로젝트의 역할을 맡고 교파신도는 사적 영역에 배치되어 타종교들과 경쟁하였다. 이는 국민의 의무가 부과되는 공적 영역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는 종교 영역의 분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국가신도체제는 종교-세속의 이분법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종교-세속 이분법의 배후에는 미신이라고 하는 제3의 범주가 작동하고 있다. 과학의 타자인 동시에 종교의 타자로서 미신이 숨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속주의에 입각한 국민국가의 작동방식은 종교-세속의 이분법보다는 세속-종교-미신의 3분법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국가가 국민 만들기의 핵심 장치로 활용하는 교육의 장은 종교-세속의 이분법만으로는 그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국가가 ‘과학’의 이름으로 어떤 것은 ‘미신’으로 지목하여 제거하고 어떤 것은 ‘종교’의 범주에 포함시켜 온존시키는 이러한 메커니즘에는 2분법이 아니라 3분법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3분법에 근거한 국가신도체제는 신사참배를 국민의 의무라고 주장하면서 제국의 신민들에게 강요하였다. 일본 기독교계는 세 유형의 담론을 생산하면서 이에 대응하였다. 첫째는 신사를 종교로 간주하면서 신사참배를 거부한 신사종교론(신사참배불가론)이다. 이 담론에서 주요 범주로 등장한 도덕, 종교, 우상숭배는 세속-종교-미신의 3분법에 조응한다. 둘째는 신사에 종교적 요소와 비종교적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고 보고 신사에서 종교적 요소가 제거되면 신사참배를 수용하겠다는 조건부 신사참배론이다. 이 담론에서 주요 용어로 등장한 애국심, 종교, 음사 역시 세속-종교-미신의 3분법에 조응한다. 셋째는 신사는 종교가 아니라고 하면서 신사참배에 적극 임하는 신사참배수용론이다. 이 담론에서 등장한 조상숭배(영웅숭배), 종교, 서물숭배도 세속-종교-미신의 3분법에 조응한다. 이 세 담론에 나타난 세속-종교-미신의 3분법은 단순한 지적 추상적 분류체계가 아니라 국가권력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각 주체가 자신들의 이념적 물질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 담론투쟁의 도구였다. 이것이 신사참배의 정치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