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의 연구에서 한국불교(Korean Buddhism)는 1910년대에 확립된 연구 대상이다. 19세기말 개항 이후 서양인의 한국 관련 저술이 급증하였을 때, 초기 서양인들의 관심에서 불교는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서양인들에게 한국불교는 퇴락한 종교로,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는 옛 전통 정도로 인식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1910년 이후 서양인들이 한국불교에 초점을 두어 주목할만한 글을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한국불교가 독자적인 연구 주제로 확립되어 갔다. 왜 1910년대에 들어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이 글에서는 이 시기 한국불교를 연구 대상으로 확립한 연구자들을 통해 당시 연구의 맥락을 살필 것이다. 그들 저술의 주요 내용과 학문적 의도와 맥락을 서술할 것이다. 아울러 1910년 일본에 의한 강제 병합이라는 정치적 상황이 연구 환경과 불교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분석하고자 한다.
막스 뮐러의 제자 고든 부인은 한국불교를 통해 기독교가 동아시아에 끼친 영향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 했다. 트롤로프 주교는 빅토리아 시대에 형성된 유럽 불교학 지식 체계 안에 한국불교의 자리를 설정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유명한 인류학자 프레데릭 스타는 한국불교가 독립된 전통으로 생명력을 갖는다고 확신하고, 한국불교를 주제로 한 영어 단행본을 출판하였다. 한국불교를 독자적인 연구 대상으로 확립한 이들의 1910년대 작업은 찰스 클라크의 작업으로 계승되어 그의 한국종교 저술에서 불교를 가장 중요한 전통으로 제시하도록 하였다. 이들은 식민지적 현실 안에서 한국불교를 공동 의제로 삼아 서술하였다. 그들은 한국 불교인 학자들과의 지적 교류를 통해 한국불교를 생명력 있는 전통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의 저술의 행간에서 근대화에 반응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 1910년대 한국불교의 현실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