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8세기 러시아에서 4명의 여성들이 제위에 오르게 된 배경을 파악해 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표트르 1세 사후 여성 황제들이 등장하게 된 가장 중요한 단초는 1722년 공표된 “제위 계승에 관한 법령”에 있다고 본다. 이 법령의 요지는 기존의 남성 직계 서열에 따른 권력 승계의 관습을 폐기하고 군주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계승 서열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표트르 1세는 이 법령이 규정한 황제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제위 계승을 둘러싼 지배계층 내의 권력 투쟁이 만연하게 되고, 일부 유력한 귀족들과 근위대의 후원으로 여성들이 제위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궁정 반란’도 발생한다. 결국 “제위 계승에 관한 법령”은 후계 책봉 과정에 황제의 측근들이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표트르 1세 사후 러시아에 4명의 여성 황제가 등장하게 되고, 총신들의 국정 농단과 폭력적인 정권 교체가 이어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