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레노스는 인간애philanthrôpia를 의료 행위의 중추적인 동기로 도입하고, 의술을 ‘인간애적 기술’technê philanthrôpos로 확립하길 시도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갈레노스의 인간애 관념을 규명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건강이 의술 고유의 목적인 데 비해, 인간에게 이로운 것이 인간을 돌보는 기술 일반의 목적임을 밝힐 것이다. 이어서, 우리는 갈레노스의 인간애 관념이 역경에 처한 인간들에게 이로움을 주려는 마음 자세, 즉 선행의 성향을 기본 의미로 하며, 이에 더해 관후와 친화의 의미를 포함하지만,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과는 구분됨을 보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갈레노스의 인간애 관념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 이미 고전기 문헌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이는 로마 제정기에 활동한 갈레노스가 철인 의사哲人 醫師의 모범을 정립하기 위해 인간애 관념을 구성하면서 무엇보다도 그리스 고전기 관념들에 호소했음을 암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갈레노스의 인간애 관념이 기술 일반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고전기 사유들이 집약된 결정체라는 해석과 더불어, 갈레노스가 이러한 인간애를 히포크라테스를 비롯한 고전기 의사들에게 귀속시킨 것이 단순히 시대착오적인 오류가 아니라는 결론을 제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