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초엽 소설에 나타난 시간정치 문제를 살펴보았다. 금융 자본주의 사회는 대출과 신용을 매개로 미래를 현재화한다. 불안정성에 노출된 주체는 현재를 유예하며 미래를 위한 자기 계발에 몰두한다. 동시에 금융 자본의 시간에 동참하지 못하는 주체를 혐오와 비난의 대상으로 낙인찍는다. 장애의 시간은 이러한 금융 자본주의의 시간에 대한 비판이자 우리가 공유해야 하는 세계이다. 「로라」와 「캐빈 방정식」은 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사회의 시간성을 비판적으로 상대화하고 있다. 「마리의 춤」은 일상의 시간을 정지시키며 장애의 시간을 현재로 끌어들인다. 한편 여성과 장애인은 금융 자본주의의 시간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여성에 초점을 둔다는 것은 단순히 여성의 권익을 되찾자는 구호가 아니라 여성의 시간을 비가시화한 사회의 시간이 내포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일이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 나타난 공정성과 「관내분실」에서 엄마의 시간에 대한 딸의 인식은 이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