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의 지방정치가 전국적 규모를 갖춘 소수의 정당에 의해 압도되고 있음을 문제시하고 지방정치 행위자의 다변화를 통해 그 개선 가능성을 모색해 보려는 시도이다. 특히 지방유권자연대체, 즉 지방선거에만 참여하는 비정당 형태의 정치단체에 주목하고, 그것이 지방정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독일의 사례를 분석하여 국내 적용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독일은 후보자 추천을 비롯한 지방선거 과정 전반에서 정당과의 동등한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지역 유권자의 다양한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지방선거제도를 구축함으로써 지방유권자연대체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군소정치단체도 지역의 제도권 정치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지방유권자연대체가 한국 지방정치의 대안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려면 우선 다음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첫째, 사실상 소수의 전국정당에 의해 독점된 지방선거 후보자 추천권을 비정당 형태의 정치단체에게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전국정당만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지방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측면에서 과연 바람직한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군소정치단체의 제도권 정치 진입이 용이하도록 지역구 위주의 승자독식적인 현행 지방선거제도가 개정되어야 한다. 봉쇄 조항의 대폭 완화나 폐지는 물론 비례대표 확대를 전제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또는 완전 비례대표제의 도입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