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북송의 명재상 구준을 중심으로 한국 고소설에 나타난 중국 역사 인물의 소설화 양상과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살핀 것이다. 중국의 역사 인물 구준은 비교적 여러 고소설 작품에 등장했는데, 〈소현성록〉에서는 서사적 비중이 있는 보조적 인물로서 역사상 실존했던 북송의 명재상 구준을 표방하고 있었으나 작중 그의 행적은 역사와는 거리가 있어 가공의 인물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또한 〈구래공정충직절기〉에서는 주인공으로서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일대기가 서사화되고 있었으며 그의 서사는 역사 기록과 작자 상상력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역사 인물인 구준에 대한 독자의 관심과 몰입도를 높였다. 더불어 〈화정선행록〉에서는 양 귀비와 능운자의 궁중 작변을 해결하는 인물로 후반부 서사에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카메오와 같이 작품에 강한 임팩트를 주고 있었는데, 이러한 양상은 세 작품이 각각의 서사적 지향에 따라 역사 인물 구준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설화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 글은 구준이 소설화될 수 있었던 기반을 확인하고자 조선 후기 중국 역사 지식의 대중화를 전제로 하여 각종 문헌을 통해 구준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당대 구준은 출장입상의 표본으로서 국가와 백성의 안녕을 책임질 수 있는 이상적인 관료로 인식되었고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는 구준을 다양한 작품으로 소환한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 더불어 이 글은 TV 드라마에 등장한 이순신의 인물 형상을 구준의 소설화와 비교함으로써 현대 사극과 조선 후기 장편소설이 역사와 허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각각의 서사적 재미를 추구하였음을 확인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 중국 역사를 제재로 한 장편소설의 서사적 전통이 21세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극으로 계승되었을 가능성을 개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