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 등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환자에게 그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면서도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조치는 가장 약한 단계인 연명의료의 중단으로부터 중간 단계인 의사조력자살, 가장 강한 단계의 적극적 안락사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연명의료 중단의 입법화 과정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생명단축 결정에 대해 종교, 철학, 법학 등 각계 전문분야의 뜨거운 논쟁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란과 진통의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지난 6월 15일 이러한 연명의료 중단을 넘어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죽을 권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실행방안으로 ‘의사조력자살’을 입법화하는 내용의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의사조력자살은 주지하다시피 헌법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영역이다.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각국의 허용과정을 살펴보더라도 이번에 발의된 조력존엄사법안(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녹록치 않아보인다.
더욱이 우리 형법은 비교적 자살에 관대한 입법, 즉 자살자는 물론 자살의 조력자도 ‘이기적’이거나, ‘상업적’ 동기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 형태의 국가들과는 달리 자살 관여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현행법하에서는 의사조력자살의 시행을 돕는 의사도 자살방조죄의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은 의사에게 형법 제252조 제2항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헌법학계나 의료계에서는 이미 의사조력자살의 대상과 시행방법, 사후관리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시기상조일 수도 있으나, 입법안이 제출된 상황에서 형사법의 관점에서도 이제는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검토를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프로토콜이 비교적 철저하고 정교하게 규정된 네덜란드와 미국 오레곤주의 법률을 기초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형사법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프로토콜의 중요성에 비춰 바람직한 조력존엄사 대상자의 범위, 조력존엄사 결정 및 이행절차,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의 임무와 구성, 조력존엄사에 조력한 의사의 형사책임의 면제, 사후관리의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개선안을 제시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