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문자 출현 이후에 문자를 수단으로 하여 창작·표기된 문학을 구술성과 문자성이 교직되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이들 문학에서 구술성의 본질적 특징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를 고찰한 것이다. 사례로 연암의 글쓰기를 간단하게 분석하였다. 문자사회 이후의 각종 문자 표현물(문학작품, 일상적 글쓰기 등) 문해력이 강조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해력은 문자성 기반 표현물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를 구술사회 및 구술성에 대응시키면, 문해력에 상응하는 것이 언해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해력은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하여 말을 만들어내고 유창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의 ‘언(言)’은 자연 요소까지를 포괄한다. 구비문학의 여러 작품들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현존성을 드러내고자 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박지원은 자연을 글쓰기의 원천 텍스트로 봄으로써, 구비문학에서 강조되는 언해력이 문자 기반 문학에서도 어떻게 훌륭하게 교직될 수 있는가를, 그리고 언해력이 문자 기반 문학을 얼마나 일신시켜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박지원의 글쓰기는 언해력을 구술성의 핵심적 특질로 삼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