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춘천 공지천의 지명유래담인 〈공지어 설화〉를 분석하여 퇴계 이황의 이적을 강조하는 설화의 서사 구조가 함의하는 바를 구명하는 것이다.
〈공지어 설화〉는 춘천에 한정하여 구비전승되어 온 지역의 특수한 설화로서 공지천(孔之川)이라는 지명과 밀착되어 있다. 또한 〈공지어 설화〉는 퇴계 이황이 행하는 이적(異蹟)이 서사의 중심축을 이루는 퇴계의 이인(異人) 설화이다. 설화는 공동체의 담론으로서 누대의 구성원들에 의해 선택과 배제의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아침못 전설〉과 비교할 때 〈공지어 설화〉에는 상존하는 수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를 희구하는 춘천 지역 공동체의 간절한 욕망이 역설적으로 담겨 있다. 설화에서 퇴계와 용왕의 연대를 통해 이런 욕망의 실현을 형상화하는데 이는 재난 시에도 민간신앙을 포섭하여 공동체의 구심력으로 작동하기를 바라는 유교주의의 기획을 표징한다.
〈공지어 설화〉는 춘천의 산과 강을 신성한 공간으로 연결함으로써 정주 공간으로서의 춘천의 지도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