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에서는 조선 후기의 필기체 역사 문헌인 『견첩록(見睫錄)』에 대한 문헌학적 고찰을 통해 작자 및 판본 관련 사실들을 밝히고, 아울러 캐나다 선교사로 일찍부터 서양의 한국학 연구에 큰 공헌을 하였던 J. S. Gale의 『견첩록』 영역 원고의 존재를 소개하였다.
『견첩록』은 최근 그 최초 저자가 조선 후기 인물 윤동흥일 유력한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 논문에서는 이 학설을 지지하며 관련 문헌을 통해 추가 근거를 제시하였다. 그는 가학의 세례를 받아 고금의 역사적 사실과 전고 등에 능통하였고, 여기에 기록에 대한 깊은 관심이 더해져서 조선 시대 역사 전고 및 정치, 문화, 사회 등 다양한 사실들을 수백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문헌에서 초록한 뒤 분류하여 『견첩록』을 엮었다. 『견첩록』은 국내외에 20여 종에 이르는 판본이 존재하며, 이들은 완본과 초본으로 크게 나뉜다. 당초 윤동흥이 10여 권으로 편찬하였던 최초의 『견첩록』은 이후 역사적 변천을 거쳐 8권 혹은 6권본으로 정착되어 갔으며, 다양한 필요에 의해 완본이 한두 권 분량으로 초록된 초본 역시 폭넓게 유통되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게일은 서구에 조선을 소개하는 자료로서 필기류 문헌의 가치에 주목하여, 일찍부터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20세기초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해 서구에 소개하고자 하였다. 그는 『견첩록』 권1, 7, 8을 번역하였으며 이 영역 원고는 노트에 초고 상태로 분산 수록되어 있다. 향후 이 원고의 번역 양상을 구체적으로 고찰한다면 근대계몽기 서양인에 의한 한국 고전 번역이 갖는 의미를 보다 정치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