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카테리나 2세는 계몽전제군주의 전형(典型)으로 예시되고 있다. 계몽절대주의는 18세기에 전개된 계몽사상을 실제의 정책에 적용하려고 한 절대주의의 한 양태이다. 그렇다면 과연 예카테리나 2세의 통치는 계몽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었는가? 실제의 정책에서 계몽사상이 반영되었는가? 이글의 목적은 예카테리나 2세 통치기에 시행된 정책들과 계몽주의의 상관관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보는데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된 여제의 개혁정책들이 실제 계몽주의의 영향 속에 준비되고 시행되었는지 고찰한다.
개혁의 기조 속에 실행된 입법위원회 활동, 새로운 교육 및 복지 기관 설립, 사설(자유) 출판의 허용 등의 구체적 조처들은 향후 러시아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따라서 예카테리나 2세의 개혁 정책들에 끼친 계몽주의의 영향에 대해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농민들의 신분적 차별, 억압과 착취의 문제에 대해서 여제는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농노제의 현실과 계몽주의의 이상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여제의 치적으로 평가되는 폴란드 분할을 통한 영토 확장도 계몽주의와는 유리된 정책이었다.
결론적으로 예카테리나 2세가 견지한 통치 사상은 계몽주의의 외피를 쓴 유사계몽주의에 다름 아니며, 여제 자신은 위선과 프로파간다로 계몽전제군주의 영예를 취한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위정자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