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예즉리(禮卽理)’, 예(禮)의 근본과 말단, ‘극기복례(克己復禮)’에 대한 정제두의 이해를 분석함으로써 그의 예론에 나타난 양명학적 성격과 그 사상사적 의의를 규명한 것이다.
정제두는 리(理)를 예(禮)요, 마음의 본체로 규정한다. 그는 리를 내 마음의 천리로 간주하고, 마음 밖에 별도로 리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것은 ‘심즉리(心卽理)’의 입장에서 예를 이해한 것이다.
정제두는 마음의 본체에는 사물을 알맞게 처리하는 지적 능력이 있다고 본다. 이 마음의 천리가 사물과의 관계에서 알맞게 드러난 조리가 바로 예문(禮文)이다. 이것은 일체의 윤리 규범이 마음에 근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정제두는 마음의 본체인 ‘예’와 사물에 대한 예문인 ‘문’을 일본(一本)과 만수(萬殊)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처럼 예문을 마음으로 수렴하고, 예와 문을 본말 관계로 파악한 것은 정제두 예학의 양명학적 특성이 발휘된 것이다.
정제두는 ‘극기복례’에 대한 해석에서 주희의 관점을 비판하고 왕수인의 견해를 따른다. 그는 ‘극기’를 일상생활에서 예가 아닌 마음을 이기는 것으로 해석하고, ‘복례’를 행위주체가 자신의 마음을 천리 자체가 되게 하려는 것으로 풀이한다. 이러한 해석에서는 ‘극기’와 ‘복례’가 하나의 일이 된다. 예가 아닌 마음을 이기는 ‘극기’의 과정이 곧 마음의 본체인 천리를 회복하는 ‘복례’의 과정인 것이다. ‘극기복례’에 대한 이러한 해석도 양명학의 입장을 따른 것이다.
정제두는 예의 근본을 양명학에서 제시하는 본심천리(本心天理)에 설정하고 있으며, 본심천리를 극진히 발휘하는 것을 예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조선의 예교 문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심성론과 공부론의 토대를 양명학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그 사상사적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