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神主)는 한국인들에게 ‘제사의식에서 사용하는’ 혹은 ‘가장 정성스럽게 모셔져야하는’ 물건으로 여겨지며 과거부터 현대까지 신성한 상징물로 자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의 상징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 글은 18세기 조선의 학자인 도암(陶菴) 이재(李縡)의 귀신설을 바탕으로 ‘신이 빙의(憑依)한다’는 말을 이해함으로써 신주의 상징성과 그것을 이루고 있는 체계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재는 이기의 묘합(妙合), 기(氣), 리의 작용[用]의 측면에서 모두 설명함으로써 자연 운행의 원리로서 귀신 개념을 보완했다. 그는 또한 인간과 신이 서로 의지한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신이 빙의한다’는 말을 풀이하여 후손의 노력을 통해 귀신을 조상신으로 인식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이재의 사유는 자연의 숫자로 이루어진 신주의 형상에 망자의 생전 정보를 적어 넣음으로써 만들어지는 신주의 다층적인 상징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재의 시선을 통해 분석한 신주의 상징체계는 현대의 개념으로 치환하기 어려운 이기론에서 시작한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신주를 두고 조상신을 추모하는 과정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함으로써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는 현대인들에게 그 가치를 합리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