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는 사유의 자원을 유학의 군자상(君子象)에서 탐색하려 한다. 신유학에서 말하는바 모든 인간은 만물일체의 인(仁)과 천리(天理)로서의 본성을 구비하고 있다. 이러한 본성을 수양하는 과정에 놓인 존재가 군자이다. 군자가 가진 ‘수오지심(羞惡之心)의 감정은 피해를 당하는 소수의 타자를 향해 만물일체의 인을 발현시키는 원동력이다. 이 감정은 인간의 내면에서 출발해 타자를 향해 나아가는 ‘추기급인(推己及人)’으로 발현된다. ‘추기급인’은 각자의 사회적 위치와 권력관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상상하는 능력인 ‘역지사지’의 상상력을 통해 가능해진다. 물론 군자의 특성들 중에도 타자를 향한 혐오로 변질될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소인’을 찾아 타자화하려는 행위는 기실 자기에게 주어진 육체와 욕망에 대한 혐오에 기인하며 ‘자기혐오’는 쉽게 타인을 향한 혐오로 전이될 수 있다. ‘군자불기(君子不器)’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군자란 선입관과 편견에 구속되지 않으며 공존과 포용을 이루는 인격으로 이해될 수 있다. 군자를 향한 수양은 타자와 소수에 대하여 ‘동이불화’의 강요가 아닌 ‘화이부동’의 공존과 포용을 가능하게 하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