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북송대 곽약허가 지은 『도화견문지』의 문인화론적 특성을 연구한 글이다. 변혁기인 이 시기의 회화예술문화를 이끌어가기 시작한 계층은 이전과는 다른 성격의 문인사대부들이다. 주로 과거제도를 통해 형성된 문인사대부들은 자신들의 감정과 뜻을 서예와 시 외에 그림으로도 표현하기 시작했다.
곽약허는 문인사대부의 그림도 기운생동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근거를 ‘기운생지론’으로 말함으로써 문인사대부의 그림이 화공의 그림과 다른 우월성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를 입론화하였다. 그는 사혁의 ‘기운생동’과 『논어』와 『중용』에 나오는 ‘생지’(生知)를 결합하여 “기운은 반드시 생지에 있다”고 말하면서, 그 예시로 문인사대부 계층을 들고 있다. 곽약허는 ‘기운생지’를 ‘유심’과 연결시키고 ‘인품’으로 귀결시켜 이론화하였다. 인품이란 의인유예와 탐색구심에 기반해 있으면서, 고아한 감정을 회화예술에 의탁할 수 있는 자들의 품격을 말한다. 화가의 인품을 강조하는 것은 그런 인품에서 유심이 나오고, 마음의 미적 역량이 최대로 발휘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기운생지를 “기운은 날때부터 선천적으로 아는 것”이라는 기운불가학(氣韻不可學)의 관점에서만 다루었다면 본논문에서는 “기운은 유심(游心)에 근본한다”는 관점에 더 중심을 두고 ‘유심의 기운생지론’을 고찰한다. 기운생지론에서 주요한 것은 ‘유심’과 ‘생지’의 창작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심이란 자유롭게 즐기는 마음, 대상과 구속없이 화합하여 주객혼융해가는 미적 체험이다. 종합하면 기운은 인품이 높은 자의 유심의 경지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운필로 작품에 구현된다. 『도화견문지』는 아직 문인화가 체계적으로 이론화되기 전 문인화 가치를 입론시킨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