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토마스 만은 뛰어난 시각적 인지능력을 가진 작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는 시각예술에는 거부감을 표하며 이를 자신의 세계에서 배제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문학적 모범으로 삼은 실러의 반시각예술적인 입장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의 보수적 이상주의 미학에 경도된 국수주의자로서 초기 토마스 만은 니체가 옹호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속한 감각적 예술을 대표하는 시각예술을 노골적으로 거부하였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정치적인 경향성을 갖게 되는 그의 시각예술 거부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모티브는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의 〈드레스덴의 시스티나 성모〉이다. 그는 니체가 전적으로 세속적으로 해석한 이 시각예술의 작품을 초기작 『부덴브로크 일가』와 『글라디우스 데이』에서 각각 죽음과 삶을 상징하는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다. 이 모티브는 작품 속에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장르와 매체가 변형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토마스 만은 이러한 변형을 통해 니체에 대한 비판을 강화한다. 이 모티브를 통해 토마스 만이 시각예술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 태도의 진의와 배경을 확인하는 것이 본 논문의 중요한 목표이다. 또한 이러한 논의는 토마스 만 해석에 있어서 주목받지 않았던 시각적 대상을 통해 작가의 작품을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측면에서 정교하고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