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림책 역사에서 그림책 Bilderbuch의 개념은 그림 Bild과 글 Schrift이라는 이질적인 두 매체 간의 관계 구도에 따라 시대사적으로 상이한 변천 과정을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글과 그림의 역학관계 즉 두 매체 간의 상호관계가 독립적인지 종속적인지 반어적인지 혹은 역설적인지에 따라 그림책의 개념 규정은 상이해지기 마련이다. 그림책이라는 장르의 근원적 다성성은 글작가 Autor와 그림작가 Illustrator의 이원적 특질에서 비롯된다. 설령 단일한 작가가 글과 그림 모두 일관된 톤으로 창작한다 할지라도 그림책의 특성상 문학과 회화라는 이질적인 매체가 불가피하게 채택된다는 점에서, 각각의 상이한 표현 양식에 배태되어 있는 다성적 어조로 인한 해석학적 순환이 그림책이라는 양식 전체를 공전하게 된다. 특히 현대 그림책 작가들은 글과 그림 사이의 연관 관계에 대한 미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그림책 특유의 이중수신독자를 고려하여 창작함으로써, 기존의 제한적인 독자층만을 전제하는 아동 청소년 문학의 하위 장르로서가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독자적 장르로서의 크로스오버 그림책의 지평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세계 그림책 역사에 있어 최초의 그림책이 독일에서 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근대 그림책 개념의 정립 및 발전에 있어서도 독일은 장르사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바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독일 그림책의 개념적 변천사와 시대적 발전사를 통시적으로 고찰함으로써, 각 사조별 주요한 미학적 특성들을 일별하고 독일 그림책 고유의 시학적 공헌들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