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는 그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해석과 관련하여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비판은 특히 사법상의 거래행위에 집중되어 왔는데 배임죄의 본질에 대한 배신설을 취하는 다수설과 판례는 ‘타인의 사무’의 의미를 법문에 명시된 의미보다 확대하여 ‘타인을 위한 사무’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매매계약에서 거래상대방의 부동산 이중양도행위나 소비대차계약에서의 채권확보를 위한 담보권설정의무 또는 담보권의 유지의무에 대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에 포함시키는 확대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사법상의 거래관계에서 배임죄 주체의 범위와 관련하여 일련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기존의 판결을 파기하면서 주체의 개념 및 범위에 대해 제한적 해석을 하여 위와 같은 비판을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러한 판결의 변화가 기존 해석론의 근본적 변화인지 주목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배임죄의 주체에 대한 역사적⋅비교법적 해석을 통해 대법원 판결의 변화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하였다. 그 결과,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은 그동안 거래관계에 있어서 ‘사무의 타인성’에 집중되었던 논의의 범위를 ‘주된 계약’,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로 그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는 독일 판례의 이론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법질서에 대한 불신,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거나 우려되는지에 대한 형사정책적 검토를 하였는바, 거래관계에서 기존의 배임죄로 처벌하던 사안들에 대해 변경된 대법원 판결과 같이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사안들이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이 가능하고, 부동산의 이중저당의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함을 논증하였다. 따라서, 거래관계에서의 배임죄 주체의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나 국민 법감정의 침해는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