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에서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와 이를 적용·집행한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직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다. 대상판결이 유신헌법에 따라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해 법치국가원리와 기본권 보장의무 등의 위반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고무적이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논증방식에는 이론적으로 검토할 사항이 적지 않다.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과 이를 적용·집행한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직무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대법원이 이를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국가책임의 본질을 국가의 자기책임으로 파악하는 별개의견은 타당하다. 국가책임설(자기책임설)에 기초하여 피해자에 대한 외부관계에서 국가의 책임을 먼저 인정하고, 공무원의 과실은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책임이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국가가 내부관계에서 해당 공무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과 이를 적용·집행한 수사기관 등에 소속된 공무원의 불법행위는 통일적인 행정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수행한 행위이므로 그 과정 전체를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헌적인 긴급조치를 집행한 공무원의 불법행위가 면제되어서는 아니 된다. 조직과실의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수사기관 공무원에 대한 책임을 면제시킬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이론구성은 공무원의 위헌적인 직무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이를 되풀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것이다.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헌법질서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조치이며, 이는 규범상 불법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긴급조치의 법적 성질에 대해 논란이 있으며, 대상판결은 이를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형식적으로 파악하여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법률하위규범에 의한 불법에 대해 ‘규범상 불법’의 가능성을 논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이다. 한편, 법관의 재판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견해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법관의 재판작용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행정부 공무원의 불법행위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이 경우 법관의 직무상 독립성을 고려하여, 법관의 재판작용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제한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판례에서 제시된 기준은 불분명하다. 법관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위헌이거나 위헌의 의심이 현저한 법률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하거나 법관으로서 직무상 준수해야 할 법률상의 객관적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입법론으로는 재판작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법관에 대한 개인적 책임에 대해 독일 민법과 같이 일정한 경우(예컨대 범죄행위)에 국가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상판결에서 제시된 다양한 쟁점은 국가배상이론의 발전을 위한 초석이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