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의 목적은 소설 이어도 에서 제시되는 공간적 특성이 초월계를 품은 현실지향으로서의 무속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섬은 무속과 유사한 위치를 점한다. 섬은중앙으로부터 멀리 위치해 있어 국가 권력이나 기성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다. 무속 또한 하위체제를 이루는 종교 현상으로 현실 권력을 가로질러 존재한다. 섬은 바다 가운데 떠 있는공간이지만 뭍에 보다 가까운 속성을 가진다. 통상, 무속에서 물의 공간은 용왕이 다스리는 곳으로 하늘과 마찬가지로 초월계에 가깝다. 따라서 뭍과 바다의 경계역으로서의 섬은 그 어느곳보다도 초월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현실공간이다. 근원세계로서의 이어도를 부정하지만, 이어도에 의한 구원의 가능성을 누구보다도 희구하는 텍스트 속 주요인물의 행위는 신과 자연 그 중간에 위치한 인간의 실존적 위치를 상징하는 한편으로 현실지향과 초월지향의 양가성(兩 價性)을 띠는 무속적 세계의 일면을 드러내준다. 기성 종교가 초월계에의 영광내지 귀속에 목적을 둔다면, 무속은 초월계를 현실계 곳곳에 스며들도록 함으로써 현실의 복락과 생의 지속에가치를 둔다. 무속 현상은 초월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로 끌어오는 현실지향적세계관에서 비롯된다. 텍스트의 이어도가 저 너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라는 섬 공간 사람들의 삶을 끊임없이 추동시키는 존재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