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싫다[厭]’가 겪은 형태음운론적인 변화와 품사의 변화를 살펴, 변화의 과정과 시기, 동인을 밝히는 데 목적을 두었다. ‘싫다’는 기원적으로 ‘하다’가 결합한 복합어 ‘슬하다’로, 15세기에는 ‘슬코, 슬하니, 슬하야’와 같이 활용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실코, 시르니, 시러’와 같이 ㅀ 정칙 활용의 모습을 보인다. 그간의 연구들에서는 이 변화를 ‘X하다〉Xㅎ다’의 변화를 겪은 단어들과 동일하게 설명하려 하거나 ‘슳다[悲]’와의 영향 관계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려 하였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슬희여’에서 ‘슬히여〉시리여’를 거쳐 등장한 ‘시려’가 ‘실코, 시르니’에서 분석된 어간 ‘싫-’의 모음 어미 결합형 ‘시러’와 음운론적으로 유사하여, ‘시려’를 ‘시러’의 음성적 변이형처럼 인식한 결과 ‘시러’가 등장하게 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슬하다’는 품사 변화도 겪었다. 15세기에 ‘슬하다’는 타동사로도, 형용사로도 사용되었으며 ‘슬하야 하다’는 타동문에서만 사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싫다’는 형용사로, ‘싫어하다’는 타동사로 사용되는 것으로 구분된다. 이는 근대국어 시기 ‘-어 하-’가 심리 형용사에 결합하여 심리 타동사를 만드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타동문에 쓰이는 ‘슬하야 하다’에서 분석되는 ‘슬하다’를 형용사로 이해하게 된 결과로 해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