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흡 시에 나타나는 자아 형상은 진실 추구의 도정에서 획득한 경계를 반영한다. 스스로 포착한 진상(眞相)과 그 탐구과정에 나타나는 자아 형상은 여행과 삶에서 발현한 현장의 감흥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그 생동하는 기운과 기틀에서 나오는 표현이 독특하다.
김창흡 시에서 자아 탐구는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운동과 확장의 모습을 보이는데, 배, 말, 지팡이 등 이동 도구가 자아를 대변하는 이미지로 사용된다. 자아 탐색의 진행에 따라 등산, 누각 등이 상향의지를 드러내고 관문, 나루 등이 세속과 이상적 공간을 가르는 경계이면서 동시에 이상세계로 진입하는 문지방의 기능을 한다.
자아 탐색에서 포착한 진실은 ‘변화가 세계의 실상(實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아(眞我) 실현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외물에 구애받지 않는 마음의 자유다. 김창흡은 형상에 매이지 않는 변화와 융통을 구름, 물고기, 매미, 학 등이 지닌 무심과 자유의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진아와 세계의 진상을 발견하고 대면하기 위해서는 무심과 청진(淸眞)이 선행되어야 한다. 청정한 진아는 백설, 못, 샘물 등의 청정함과 근원을 비추는 등불, 달빛의 조명 아래 선명하게 드러난다. 물, 눈, 달 등 청광(淸光)의 성질을 지닌 진아 이미지는 대상과 주체의 구분이 해체되고 주객이 합일하는 경지를 드러내고. 텅 빈 판옥(板屋), 현실(玄室), 허주(虛舟), 모옥(茅屋) 등은 주체인 자아가 소멸함으로써 대상과 하나가 된 진아의 형상이다. 이와 같이 김창흡 시에 나타나는 자아 형상은 자아실현의 탐색에서 자아의 탐색 - 확장 - 소멸의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와 합일하는 무아(無我)의 모습을 보인다.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진 적학(積學)과 경험의 축적, 그리고 사상적 전변(轉變)이 녹아있는 김창흡 시는 인식 변화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그의 시에 나타나는 자아와 대상의 관계에 주목하여 자아가 대상과 접하여 자아 형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고, 자아 형상의 이미지를 분석함으로써 시인의 삶과 문학이 지향하는 바와 포착한 지점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