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뇌성마비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갔던 이선관 시에 나타난 신체적 불구성의 표상 방식과 육체적 한계에서 비롯된 열등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체성의 형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최근 들어 장애학은 다양한 담론적 실천을 통해 장애를 이해하는 다각화된 시각을 제시하고 있으며, 뚜렷한 학문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논의에 따르면 장애는 정상성에 대비되는 비정상성의 유표화(marked)된 신체 이미지로 구성되는 인위적 개념이다. 이선관은 시인이자 부모, 한 사회의 실천적 행동가이자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규정해 나갔으며, 그의 시적 발화는 장애를 타자화하고 낙인찍는 시도를 배격하는 데 집중했다.
초기시는 고향인 마산 창동을 배경으로 육체적 불구성에서 촉발된 소외의식과 열등의식을 강하게 표출한다. 문학은 소외와 열등의식을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고독과 좌절로 점철된 초기 시세계에서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과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기 시세계로 이행하는 과정에 놓인 작품이 바로 「어머니」 연작시편이다. 시인은 「어머니」 연작을 통해 삶을 총체적으로 되돌아보는 자기서사로서의 고백적 시쓰기를 수행한다.
고백적 시쓰기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재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인간중심주의의 수직적 존재론에서 나아가 모든 생명체를 동등하게 이해하는 수평적 존재론으로 변모한다. 수평적 존재론은 생태와 기후 문제를 제기한 후기 생태시의 인식론적 기반이다. 이선관의 문학은 장애인이라는 개인의 실존적 문제에서 발원하여 이를 극복하고 평등한 사회로 향한 시적 도정이며, 마침내 생태위기라는 전지구적 문제에 도달하였다.